프레시안에 싸이의 젠틀맨을 "포르노"로 규정하며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싸이의 '포르노 한류', 자랑스럽습니까?> 필자는 동아대 정희준 교수다. 다소 흥분된 상태에서 쓰여진 글인가, 의도하는 바는 모르지 않겠으나 전체적으로는 글이 약간 중구난방의 성격이 있다. 예컨대 부제가 <한류 전도사를 가장한 미국의 첨병>인데, 글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러한 내용은 그냥 '뜬금포'라고 정리하면 될 정도로 감정적이어서 진지하게 줏어들을 이야기는 별로 없다. 문제는 앞부분을 장식하는 선정성에 대한 이야기들, 이게 많은 사람들, 특히 보수적 심성의 소유자들을 낚았을 터이다.


지인들이 이젠 대개 청소년의 부모가 되고 보수적인 중년들이 되어서 그런가, 페북에는 싸이의 선정성을 비판한 글에 대한 이런저런 지지의 변들이 난무한다. 나도 사실 감성적으로는 그에 끌리는 바 없지 않은데, 내 딴에 조금 객관화시켜 나를 바라보면, 조금 과감하게 이야기해서 한국이라는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것, 그리 어렵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지인들의 칼럼에 대한 지지는 나이가 들었고 보수적이 되었고 조금씩 관용을 잃어가는 노화의 순간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정성......<젠틀맨>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거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명랑만화 <이나중탁구부>가 떠오른다. 성적 판타지, 변태적 상상과 상대방을 향한 모욕, 능멸로 점철된 만화. 하지만 그게 중2 남학생이란 어떤 것을 배경으로 하므로 결국은 이해가 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의 그런 만화 아니었나 싶다. 내 주변은 대체로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었고 정말 착하고 교양 넘치고 진보적인 친구들이 이나중탁구부에 "좋아요"를 표현하는 것도 참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 일본인 친구 하나는 우리에 비해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던 것 같아 뜻밖이었다.) 


이나중탁구부보기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7307592


<이나중탁구부>를 재미있게 읽었던 한 독자로서 <젠틀맨>이 그와 달리 포르노라고, 선정적이라고, 혐오스럽다고 비판받아야 할 이유를 나는 잘 못찾겠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가수인 리아나, 시아라 등에 비하면 싸이의 선정성은 발톱의 때만도 못한 것이다. 독일의 유명 밴드 람슈타인은 또 어떤가. 게다가 음료수나 화장품등을 노골적인 용기에 담아 결국 시장을 석권한 이들, 그들의 광고가 차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의 시각적 지위를 고려하면 <젠틀맨>을 두고 선정성의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그닥 적절해 보이지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프레시안의 칼럼과 그 지지자들의 심성은 예전에 박노자가 <강남스타일>을 일러 "최저질의 최음제"라고 다소 황당한 발언을 했던 것의 연속선상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국가 혹은 국민들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어떤 반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전자는 그다지 언급할 가치가 없어 보이고 후자의 경우라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비판은 정확한 비판 대상을 향해야지 애먼 희생양을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냥 이중성에 대해 지적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젠틀맨>이라는 인기 높은 작품 자체를 비판해서 그것을 얻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에 동감하는 방식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필요도 없다. 


"다큐멘타리에선 맨날 sex가 어쩌고 저쩌고 

드라마에선 맨날 까고 부수고 

그래도 이새끼 저새끼까진 가는데 

영화에선 막 십새끼 좆까 막 그러던데 

노래에선 좆됐다 하는 것도 안된다"


가수 조PD의 출세작 <Break Free>의 한 구절이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은 해석되고 평가되고 때론 미화되지만 가수들 작품 속의 폭력과 선정성은 그런 대접을 좀처럼 받지 못한다. 음악 창작자들을 작가 취급하지 않고 만만하게 보는 것은 그냥 시대적 편견이려니 하고 생각해 왔으나 그러한 편견의 터널은 아직도 깊고 길다는 생각이다. <젠틀맨>이, 노래란 것이 당신들에겐 그리도 만만한 것인가.


Posted by d-_-b